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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베이비뉴스, <‘못’ 듣는 엄마가 아니에요, 더 ‘잘’ 보는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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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각나눔 작성일20-05-26 09:56 조회1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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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듣는 엄마가 아니에요, 더 ‘잘’ 보는 엄마입니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5.2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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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 이샛별 작가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 이샛별 작가(오른쪽)와 아들 예준이 ©이샛별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 이샛별 작가(오른쪽)와 아들 예준이 ©이샛별

“저는 ‘못’ 듣는 사람이 아닌 더 ‘잘’ 보는 사람인 농인입니다.”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생각나눔, 2020년)를 쓴 이샛별 작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는 소리의 부재 속에서 성장한 농인(청각장애인) 부부가 어느 날 소리의 존재를 알아가는 두 살 아들 예준이를 낳으면서 생기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은 에세이집.

글을 쓴 이 작가는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만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고,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육아휴직이었다. 사회와 갑자기 단절돼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일상의 이야기와 정서들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본 사람들이 출판을 권유한 것이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정신 없는 하루 속에 틈틈이 써내려간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살을 붙여서 책 한 권으로 만들었다.

이 작가가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아이에게, 또 그 아이와 함께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었을까. 지난 22일 서면 인터뷰로 그와 대화를 나눴다.

Q.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 의료진이나 지인들로부터 차별적인 말을 들은 장애여성들의 사례를 여럿 봤습니다. 작가님께는 혹시 그런 경험은 없었는지요?

“결혼하면서도 ‘농인끼리 결혼하면 참 불행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제일 충격이었어요. 결혼이란 누구나 경험할 대소사일 뿐인데 왜 ‘장애의 유무’로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볼까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임신했을 때도 ‘장애’라는 이유로 ‘우려’와 ‘걱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어떻게 알아차릴지, 아이에게 말은 어떻게 가르칠지, 대부분 ‘소리’에 관련된 질문이었어요. 저희 부부는 ‘소리’를 어떻게든 ‘보이는 언어’로 바꿔서 아이와의 소통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Q. 농인부부로서 아이를 키우는 것, 비장애인에 비해 대표적으로 어떤 장면들이 좀 다른가요?

“아이의 울음소리는 대부분 장애인 정보통신 보조기기(소리를 빛이나 진동으로 바꿔서 알려주는 기기)의 도움을 받아요. 평소보다 신경을 많이 몰두해야 하는 부분이라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더라고요.

소리를 모르는 대신 시각적으로 더 많이 지켜봐야 해서, 남편과 서로 번갈아가며 아이를 봐요. 예를 들어 엄마가 설거지하면 아빠는 아이와 함께 있으며 놀아주는 식으로, 누구 한 사람은 꼭 아이를 지켜봐야 해요.

좋은 점도 있어요. 아이와의 더 많은 눈 맞춤이나 스킨십을 통해 애정이 더 깊어진다는 느낌이 있어요. 비장애인 양육자들은 꼭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서로의 목소리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저희는 늘 얼굴을 마주 보며 수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좀 더 깊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 “‘엄마’ 입모양은 보이는데… 아이 목소리는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농인 엄마의 육아 에세이집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 ©베이비뉴스
농인 엄마의 육아 에세이집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 ©베이비뉴스

Q.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게 가장 아쉽고 안타까울 때는 언제인가요?

“제일 가슴 아팠던 일은, 제가 어느 날 잠시 젖병을 씻던 중에 아이가 혼자 일어서려다 중심을 잃는 바람에 가구 모서리에 부딪힌 일이 있었어요. 아프고 놀라서 엄마를 찾으며 울었는데도 저는 듣지 못했죠. 뒤늦게서야 안아줬는데 얼마나 아프고 서러웠는지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엄마’라는 아이의 입모양은 보이는데 목소리는 듣지 못하니까, 아이의 목소리도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울까 하는 아쉬움도 있긴 합니다.”

Q. 아이를 키우면서, ‘옛날 우리 부모님은 나 키우면서 이러셨겠구나’ 하고 느끼신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를 탔어요. 부모님들은 밖에서 아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어주시죠. 그런데 저는 지금도 부모님 목소리를 몰라요. 그런데도 부모님의 목소리를 짐작하는 이유는, 회전목마를 혼자 타던 저에게 부모님은 손을 흔들며 제 이름을 입 모양으로 천천히 또박또박 불러주셨기 때문이에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던 부모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그렇게 소리를 알지 못해도 얼굴을 마주 보며 감정을 공유한다는 일은 참 감동이더라고요. 충분히 나를 사랑하고 계시는구나 하고요.”

청각장애인은 소리의 부재를 가장 먼저 느낍니다. 이후에 소통의 갈망도 느끼게 됩니다. 듣지 못하는 아픔을 품은 채로 성장한 한 여자가 아이를 낳고 나서 비로소 알게 되는 소리의 갈망을 아들이 보여주는 사랑으로 채워나가는 이야기를 여러분 앞에 들려주고 싶었습니다.(12~13쪽)

Q. 작은 배려와 소통을 통해 답답함을 떨칠 수 있었던 훈훈한 이야기도 책에서 읽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도 그런 배려와 소통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이가 아마 6~7개월 됐을 땐데요, 동네 빵집에 갔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식사를 제때 못하고 배가 고파서 빵집에서 빵도 먹고 커피도 한잔하고 싶었죠. 그런데 아이가 울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까 싶어 못 들어가겠는 거예요. 그냥 집에 가서 먹자 하는 마음으로 빵을 몇 개 집어들고 계산대로 갔죠.

결제를 하려는데 사장님이 아이가 참 예쁘다며, 아이를 잠시 안아줄 테니 엄마는 빵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쉬엄쉬엄 있다가 가라고 배려해주셨어요. 사장님은 제가 농인이라는 걸 알고 계셨어요. 그날따라 더 감사했어요. 수어는 몰라도 배려만 있다면 눈빛과 몸짓으로 충분히 소통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셨죠.

또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시작하면서 원장님과 담임 선생님과의 소통이 필요했어요. 어떤 방법이 제일 좋을까 함께 고민해주셨고,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스마트폰 어플이 있는지 물어봐주셨어요. 적극적인 배려 덕분에 아이는 지금 어린이집을 정말 즐겁게 잘 다니고 있어요.”

◇ “농인 부모 위한 제도 부족… 지역사회 차별적 인식 개선되길”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수어를 해보이는 이샛별 작가 ©이샛별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수어를 해보이는 이샛별 작가 ©이샛별

Q. 장애여성이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로서, 어떤 부분에 사회적 관심이 더 조명되면 좋을지 평소에 생각하신 것들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농인 부모가 청인 아이를 키우는 데 제도적 장치가 많이 부족합니다. 농인 부모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대하는 데 필요한 방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언어발달 지도 프로그램이 좀 더 확대되면 좋겠어요.

또 제가 출산한 시간이 새벽이었는데, 수어통역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바로 올 수 있는 수어통역사가 없었습니다. 야간의료통역사가 좀 더 많아질수록 농인이 이용하는 의료 환경이 더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무엇보다 지역사회부터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농인 부모에게서 성장한 비장애인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부모에 대한 수치심과 소심한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부모는 이미 사회 안에서 경험한 수많은 일에 익숙해져 있지만 아이들은 다르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인식 개선을 위한 사회적 제도가 많이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Q. 아이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서 사람들과 나누고 보니 어떤 점이 가장 좋으시던가요?

“아이를 키운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제일 공감을 해주셨어요. 제 책을 읽고 나니 아이를 키웠던 지난날들이 생각나면서 반성을 하고 눈물도 흘렸다는 분들의 이야기에 저도 함께 공감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사회에 닿으면서 ‘장애인의 육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농인과 농인의 언어인 ‘수어’에 대한 관심으로 수어를 배우겠다는 분들도 있어서 특히 기억에 남네요.”

Q. 책 속의 문장들 가운데 작가님이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너의 태동을 느끼며’라는 자작시예요. ‘봄이야,/ 엄마 아빠는/ 네 우렁찬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해도 괜찮아// 대신 피부로 전해져 오는/ 너의 건강한 태동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니까’(80쪽).

제가 생각한 한마디가 있는데요, ‘소리는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기 마련이다’라는 거예요. 임신했을 때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잖아요. 심장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는 수어통역사의 말에 직접 듣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이내 높게 움직이는 초음파 신호를 보면서 ‘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구나’ 안도했어요.

또 불러오는 배의 피부를 볼 때도 느껴지죠.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대신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자작시입니다.”

Q. 몇 년만 지나면 아이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엄마의 책을 아이가 어떻게 읽어주길 바라시나요?

“아이는 부모의 장애를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라고 불렀을 때 대답이 없으면 저한테 다시 다가와서 어깨를 툭 치거든요. 나중에 책을 읽어가면서 엄마 아빠의 장애를 충분히 공감해주면 좋겠어요.

자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놀림도, 상처도 받겠지만, 저희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안다면 금방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럴 만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어요.”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출처: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5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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