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910027-10104
479001-01-281043
예금주 : 이기성(생각나눔)
책 소개신간 도서
발치에서 가로수의 그림자가 살금 떨렸다. 그녀는 이마 위로 눈을 들었다. 새순이 돋기 시작한 플라타너스의 가지들이 떠 있었다.
하늘은 나무 속에서 스테인드글라스가 돼 있었다. 나뭇가지가 깨뜨린 하늘이 수많은 조각으로 쪼개져서는, 새파란 광채를 쏟아내는
것이다.
누군가가 버스를 타고 떠났다.
원근법의 소실점으로 버스는 사라졌다.
남은 이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의 순서가 아니었다.
그녀 또한 순서를 기다렸다. 자신이 모르는 자신의 순서를.
싱그러운 미풍이 꼬마의 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가느다란 머릿결, 가벼운 옷깃 따위를 건드리며.
언제나 거리는 아름다웠다.
늙은 시인이자 소설가다.
210이라는 필명으로 『검은 시』, 『하얀 시』 등의 시집을 낸비결’을 간결한 언어로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