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910027-10104
479001-01-281043
예금주 : 이기성(생각나눔)
책 소개신간 도서
머리말
대한민국은 양력보다 음력의 비중을 높이 보는 국가다. 음력 설날이 지나고 정월 대보름을 기해 본격적인 새해라고 인식한다. 정월 대보름과 함께 각자 새해 소망을 외치면서 추구하는 방향대로 한 해 수확물을 위한 여정의 닻을 올리는 그림은 매년 현대인들의 한 해 계산에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정월 대보름 이전까지 주변 지인들, 동료 등과 새해 인사가 유효한 것처럼 말이다. 춘하추동의 계절 절기는 매년 현대인들에게 각기 다른 온도 차를 보인다. 각자 계절을 탄다는 말처럼 계절 선호도가 제각각이다. 이는 체질과 성향, 특성 등의 차이가 빚어내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 더위가 본격적으로 도래됐다 싶으면 눈 깜짝할 새 가을과 겨울로 넘어가는 흐름이 시간의 속도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 중 야구라는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은 춘하추동의 글자 그대로 딱 들어맞는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의 수식어는 매년 춘삼월의 임박과 함께 설렘과 흥분도 등을 절로 자극한다. 정월 대보름이 지남과 동시에 시즌 개막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는 시간의 추는 새 시즌을 매년 기대케 하는 연례행사와도 같다. 실제로 시간의 사이클이 그렇다. 겨울철 팀별로 스프링캠프를 통해 새해 풍년을 위한 담금질을 거치고 나면 춘삼월에 귀국길에 오른다. 귀국 이후 시범경기로 본격적인 시즌 모드에 들어선다. 시범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6~7개월간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면서 개인과 집단 할 것 없이 모든 노력을 다 짜낸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관련 종사자는 물론, 최고 ‘VVIP’ 고객인 팬들 모두 야구 개막을 학수고대하면서 각자 ‘야구 라이프’를 그려가는 시계가 분주하다.
1주일에 팀별로 최대 2~3경기가량 치르는 타 스포츠와 달리 야구는 이동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6일이나 펼쳐진다. 이 말은, 월요일을 제외하면 야구 시계가 쉼 없이 작동한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팀들과 2번의 시리즈를 펼치면서 형성되는 매치업 성패는 매 경기 각기 다른 양상과 함께 희비를 교차하게 만든다. 그 안에 담긴 여정, 동향 등이 순간이나 분위기, 리듬에 따라 급변하는 일이 늘상 반복된다.
개인과 집단 모두 마찬가지다. 언제 어디서 도사릴지 모르는 돌발상황은 현대 사회의 숙명과도 가깝다. 의도한 대로 과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거센 파도가 질기게 달라붙는다. 변수가 상당히 많은 스포츠 중 하나인 야구는 개인과 집단의 라이프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강팀과 약팀을 막론하고 장기 레이스를 거치면서 돌발상황이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선수들의 부상, 수비 에러, 공격 침묵, 코칭 스태프의 오더 기용 실패, 투수 교체 타이밍, 선수의 부진 장기화 등 다양한 요인들로 빈번하게 도출된다.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18.44m의 거리에서 벌이는 투수와 타자의 치열한 두뇌 싸움, 벤치 임기응변, 상황에 따른 판단력 등은 변수를 더 부추긴다. 이게 야구가 주는 하나의 묘미이자 매력이다.
춘삼월 3월에 개막되면서 가을 단풍이 풍겨오는 10월 말~11월 초에 마무리되는 한 시즌 여정은 매년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관련 종사자, 그리고 팬들의 ‘야구 라이프’를 다채롭게 그려가게 만든다. 마치 춘추제인 대한민국 교육 제도와 흡사하다. 매년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년 진급과 함께 교원들의 인사 발령, 일부 학생들의 전출과 전입 등이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는 교육계의 풍토에 매년 사춘기 학생들과 지지고 볶는 교사들처럼 ‘야구 라이프’에 빠져드는 이들에게는 야구라는 콘텐츠와 시즌 내내 지지고 볶아도 개인의 삶에 있어 한 점이라는 지표다. 한 개인이 살아가면서 각자 성향이나 특색, 취향 등에 따라 애호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일이다. 각자 성향이나 특성 등에 맞게 가꿔가면서 다채로움을 입히면 각자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하는 효과도 크다. 특히 ‘야생야사’를 외치는 팬들은 더 그렇다. 좋아하는 팀과 함께 열렬히 호흡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각자에게 큰 ‘낙(樂)’이다. 실제로 각 팀의 한 해 사이클에 맞게 한 해 사이클을 구상하는 팬들이 허다한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승패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감정이 요동치는 날들이 다반사지만, 깊은 애정과 열성 등이 있기에 팬심의 굳건함을 표출하지 않나 생각된다. 삶에서 좋고 나쁨의 롤러코스터가 팬들에게는 야구에서 절로 풍기게 만들 정도다.
1년 365일을 살아가면서 매일 좋은 날만 있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상황들에 의한 스트레스와 짜증, 분노 등으로 안 좋은 날이 발생하는 날들도 다반사다. 마침 한 시즌 144경기의 페넌트레이스는 6개월이 넘는 장기 레이스다. 장기 레이스를 거치다 보면 온갖 일들이 다양하게 벌어진다. 그래서 매일같이 좋은 날들만 기대하는 것이 난센스라는 이유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늘 희극이 가득할 순 없고, 비극도 있기 마련이라고 말이다. 살아가면서 모든 이들이 매일 다른 감정을 겪는 레퍼토리는 필연적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삶의 롤러코스터가 야구와도 딱 부합한다. 롤러코스터 안에서 웃고 우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다. 스토리 축적과 함께 KBO리그의 발자취는 하나하나 쌓이며, 역사적 가치를 더 높인다.
매년 현대 사회는 365일 내내 사회 각계 분야별로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야구라고는 예외가 아니다. 새롭게 쓰이는 기록과 함께 순간순간 예측불허의 상황 초래, 투-타 가위바위보 싸움, 치열한 라이벌 관계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일어나는 사건들은 야구의 스릴을 한껏 드높인다. 지난날의 역사적 발자취에 감칠맛을 더하는 새로운 사건과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절로 집중시킨다. 발전적인 방향에 있어 큰 동아줄과 같다. 1982년 출범해 어언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KBO리그도 다양한 스토리의 축적이 이뤄지면서 양적, 질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건 발생에 따른 스토리가 인과관계를 형성하면서 쌓이는 사료는 역사적 가치를 끌어올린다. 물론, 사건을 마주하고 체감하는 온도 차는 분명하게 다르다. 스포츠의 세계가 승패가 명확하게 나뉘는 특성이 있는 터라 그렇다. 각기 다른 상황과 환경 등의 속에서 가려지는 운명이 야구에도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연히 우리네 삶에 전해주는 메시지도 뚜렷하다.
2024년 한 해 대한민국은 야구로 흥했다. 많은 이들이 야구에 몰입하면서 ‘야구 라이프’를 써내리는 광경은 야구의 가치를 한껏 드높였다. 그라운드 안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레이스의 향연,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결합, 팀과 개인의 상품성 극대화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대중성을 폭발시켰다. 살인적인 폭염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한 장관을 이루는 열광적인 텐션은 많은 이들이 하나의 여가 수단을 넘어 함께 호흡하는 놀이터로 자리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향후 비즈니스 가치 증대 등을 통한 상업화에 있어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
늘 스포츠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필자가 내린 정의는 이렇다. 2024년 한 해 야구는 사회 현상과 우리네 인생에 있어 많은 학습효과를 준 콘텐츠라는 것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야구의 스토리는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와 희망의 싹을 트게 해줬으며, 많은 현대인에게 각자 동기부여 촉진, 삶의 견문 확대 등에 있어서도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남겨줬다. 현대 사회의 흐름 속에 찌든 와중에도 야구를 통해 에너지를 끌어올리면서 열정을 불태우는 촉매제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한 대중화가 역동성을 사회에 제시해 줬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어차피 이 땅에 모든 분야는 100% 완벽함을 가지고 작동할 수 없다. 제아무리 좋은 성과로 한 해 농사의 풍년을 이뤘다고 해도 이게 영구성을 띄지 않는다. 개인과 집단 모두 성과 쟁취를 통해 더 발전시켜야 하는 바가 뚜렷하다. 이러한 부분들이 필자가 야구에 더 감정 이입을 하면서 지켜보는 맛을 더 깨우게 하지 않나 생각된다.
6~7개월간 각 팀당 144경기의 페넌트레이스를 통해 가을에 한 해 농사 수확을 이루는 야구의 특성은 매년 많은 스토리가 양산되면서 열광의 도가니로 만드는 중독성이 남다르다. 이러한 중독성은 각자 능률과 삶의 질 향상을 넘어 대중성과 상품성 등도 덩달아 끌어올리리라 기대한다. 그렇게 해서 페이지가 다채롭게 쓰이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2024년 야생야사의 흥함과 땀방울이 담긴 열매가 앞으로도 다양하고 풍성하게 쓰일 것이며, 이러한 야구의 스토리와 여정은 개인의 삶과 사회에도 발전의 동력으로 자리할 것임에 자명한 이유다.
지은이 -허지훈-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이학석사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체육학과 박사(수료)
어린 시절부터 쌓인 스포츠 사랑이 어느새 삶의 낙으로 변모된 스포츠 덕후. 굳건한 스포츠 사랑을 통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그 과정에서 인생과 세상을 바라본다. 또, 스포츠 안에 숨겨진 스토리와 세상만사의 결합을 통해 더 정진하는 데 열중한다. 이제는 스포츠 투어 기행의 발자취를 깊게 간직하면서 삶을 더 배우고 깨달으려고 한다.